2026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Annual Meeting)에 참석하기 위해 시카고를 방문하였다. 평소 진료와 연구, 학회 업무로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잠시 진료실을 벗어나 세계 최대 규모의 암 학회에 참석하게 되어 한결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학회 기간 동안 시카고는 초여름의 맑고 쾌적한 날씨를 보여주었고, 세계 각국의 연구자와 의료진들이 모여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현장은 그 자체로 큰 자극이 되었다.
이번 ASCO 2026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폐암 치료가 더욱 세분화되고 정밀화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EGFR, ALK, RET, HER2, KRAS 등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연구들이 발표되었으며, 각각의 분자아형에 맞춘 치료 전략이 실제 생존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atypical EGFR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amivantamab와 lazertinib 병용요법이 장기 생존 데이터를 제시하며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EGFR exon 20 insertion 변이를 대상으로 한 sunvozertinib의 3상 연구는 표적치료제가 기존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ALK 양성 폐암 분야에서는 CROWN 연구의 7년 추적 결과가 발표되었다. Lorlatinib은 여전히 우수한 무진행생존율과 뛰어난 중추신경계 조절 효과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표적치료제가 진행성 폐암 환자의 장기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기 생존 사례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KRAS G12C 변이 폐암에서는 divarasib와 pembrolizumab 병용요법의 초기 결과가 발표되었다. KRAS 변이는 오랫동안 치료가 어려운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수년간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KRAS 표적치료와 면역항암제의 병용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향후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외에도 뇌전이 환자에서의 치료 성적 향상, RET 융합 폐암의 수술 후 보조요법, HER2 변이 폐암에서의 후속 치료 전략 등 다양한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특히 모든 발표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된 것은 정확한 분자진단의 중요성이었다. 폐암은 더 이상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각각의 유전자 이상에 따라 전혀 다른 치료 전략을 적용해야 하는 질환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NGS를 포함한 정밀 진단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ASCO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들이 조속히 국내 진료 현장에도 적용되어 우리나라 폐암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와 더 나은 생존 결과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카고에서 접한 최신 지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진료와 연구에 최선을 다하며 국내 폐암 치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