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6년 6월 12일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서 2026년 대한폐암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군의관을 마치고 이제 막 전임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약간 넘었습니다. 이전에 배웠던 것들도 잘 기억나지 않을뿐더러, 빠르게 변화하는 패러다임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내용이 많아 공부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던 상황에서 이번 학회는 저에게 단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훌륭하신 교수님들의 강의를 통해 최신 트렌드를 익히고 배워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기에, 강의해 주신 모든 교수님들과 이런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KTX를 타고 강릉역에 도착해 학회장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길, 강릉 특유의 쾌적하고 상쾌한 날씨 덕분에 시작부터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학회 등록을 마치고 받은 텀블러 또한 마음에 쏙 들어, 새삼 폐암학회에 앞으로 더 열심히 참여해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개의 방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심장혈관흉부외과 전임의인 저는 아무래도 수술과 관련된 세션 위주로 듣게 되었습니다.
우선 첫 강의는 안효영 교수님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도착이 늦어 현장에서 듣지 못해 매우 아쉬웠던 찰나, 학회에서 강의 다시보기를 제공해 주신 덕분에 너무나 감사하게도 챙겨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폐암이나 식도 수술 시 간혹 발생해 환자들의 재원 기간을 늘리곤 하는 유미흉과 관련하여, thoracic duct의 해부학적 구조부터 보존적 및 수술적 치료 방법, 위험 인자들까지 자세히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수술적 치료와 관련해 동영상으로 설명해 주신 부분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구현정 교수님께서 MR lymphangiography와 CT lymphangiography에 대해 강의해 주셨습니다. 전공의 시절에는 주로 MR lymphangiography를 시행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렇게 간편하고 시간도 짧게 걸리는 CT lymphangiography로 thoracic duct leakage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어 현동호 교수님께서 lymphangiography를 통한 intervention에 대해 강의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큰 생각 없이 영상의학과에 intervention을 의뢰하곤 했는데, 영상의학과 교수님들께서 얼마나 깊은 고민과 어려운 술기를 거쳐 환자들을 진료해 주시는지 깨닫고 큰 감사를 느꼈습니다. 평소 잘 몰랐던 embolization의 과정과 접근법(approach)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어 무척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증례 토론에서는 여러 케이스를 두고 교수님들이 어떤 방법이 더 적절할지 치열하게 상의하시는 과정이 인상 깊었으나, 시간 관계상 더 많은 케이스를 보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어진 Luncheon session에서는 맛있는 도시락과 함께 이세훈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전공의 시절 이 분야를 잘 모르기도 했고, 군의관 기간 동안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던 면역항암제 분야의 대표 약제인 Pembrolizumab의 10년 역사와 치료 패러다임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진행성 및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에서 효과가 우수할 뿐만 아니라, KEYNOTE-671 연구에 따르면 수술 가능한 초기 폐암에서도 수술 전후 사용 시 Overall survival과 Event-free survival을 호전시킨다고 합니다. 외과의사로서 특히 이목이 집중되는 대목이었습니다. 면역항암제가 이제 전이성 폐암을 넘어 조기 폐암 완치를 위한 수술의 필수 파트너로 자리 잡았음을 체감했습니다. 이처럼 눈부시게 발전하는 약물 치료 성적에 발맞추어, 더욱 정교하고 안전한 수술로 환자의 치료 여정을 완성해야겠다는 강한 동기를 부여받은 유익한 세션이었습니다.
다음은 폐암 수술이 흉강경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인 로봇 수술로 진화하고 있음을 다룬 세션이었습니다. 저희 센터도 제가 전공의 때와 비교해 로봇 수술방이 늘었고 실제 수술 케이스도 급증한 만큼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적절한 세션이 배정되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이정희 교수님께서 폐암 수술의 surgical quality를 유지하는 법을 강연해 주셨습니다. 로봇 수술은 기본적으로 촉각이 없고, 최신 기기인 da Vinci 5에서 장력을 느낄 수 있다 해도 종양의 위치를 직접 찾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3D reconstruction을 통한 anatomy 확인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4L과 같이 흉강경으로 접근이 어려운 림프절도 로봇 수술을 통하면 섬세하고 안전하게 박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두 번째 현관용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서는, 로봇 수술이 종양학적으로 림프절 채취를 늘려 흉강경보다 upstaging 비율을 높이며, 결과적으로 더욱 정확한 병기 설정과 치료 계획 수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존율과 재발률 면에서도 흉강경에 비해 열등하지 않고 일부 연구에서는 더 유리하다는 결과를 보며, 앞으로 흉부외과 외과의로서 로봇 수술은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다음으로 양영호 교수님께서 종격동 종양의 로봇 수술에 대해 강의해 주셨습니다. 과거 5cm 이하의 초기 흉선종에 국한되었던 적응증이 이제는 숙련된 센터라는 전제하에 크기나 병기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고, 최근 가이드라인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로봇이 수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SP robot을 통해 흉선 종양을 제거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 앞서 나가는 외과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세션의 마지막을 장식한 손봉수 교수님의 로봇 수술의 미래에 대한 강의는 앞으로 외과의사의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폐암 및 식도 수술에서 로봇 수술 비중이 늘고 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흉강경에 비해 여러 장점을 지닌 로봇 수술에 앞으로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어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입니다. 결국 AI까지 결합된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다가올 텐데, 외과의사로서 앞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 뜻깊은 강연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AI 시대에 발맞춰 준비된 AI 세션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로 심우현 교수님의 AI 발전 강의를 들었습니다. 현재는 생성형 AI 시대를 넘어, AI를 스스로 검증하고 감독하는 에이전트 시대로 발전해 가고 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AI가 도출한 결과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의사의 역할이 바뀔 수 있기에, AI를 의사를 '증강'시키는 지능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로 박기성 교수님께서 AI를 활용한 폐암 영상 바이오마커에 대해 강의하셨습니다. 라디오믹스의 탄생부터, 딥러닝을 활용해 종양뿐만 아니라 그 주변 특징까지 파악하여 우수한 검진 능력을 입증한 과정을 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영상의 정량적 특징이 종양 미세환경의 면역세포 분포와 연관되며, 면역항암치료의 반응 및 생존율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상만으로도 수많은 바이오마커가 존재하고 AI를 통해 이를 추출해 낼 수 있게 되면서, 앞으로의 영상의학적 발전이 무척 기대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양정욱 교수님께서 병리 영역에서의 AI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병리 분야에서도 이미 여러 영역에 AI가 도입되어 판독의 일관성을 높여주고 수술 후 예후 예측까지 돕는 등 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다방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AI를 앞으로 얼마나 더 잘 다룰 수 있을지가 경쟁력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끝으로 서두에서도 밝혔듯, 제게는 정말 뜻깊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학회였습니다. 특히, 학회 측의 배려로 제공된 '다시보기' 덕분에 놓쳤던 강의까지 모두 챙겨 들을 수 있어 무척 기뻤습니다. 다른 강의실에서 진행된 강연들도 추후에 꼭 들어볼 예정입니다. 폐암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여러 진료과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습득할 수 있는 이 폐암학회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다학제적 관점을 명확히 제시해 주는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자리를 만들어 주신 모든 대한폐암학회 관계자분들과 연자 교수님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